심리학이 독립된 학문분야로 성장할 수 없었던 배경

2016. 9. 19. 11:39Book&Article



 심리학이 독립된 학문으로 자립한것은 다른 자연과학보다 훨씬 뒤졌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알고자 한다면 우리가 익히할고 있고 모든 과학의 철학적 배경을 이룬 위대한 학자들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사실 Kant는 rationale Psycholoige의 성립이 불가능하다는 논리적인 근거를 설명하였으며, 대륙적인 사색을 한 Comte의 학문 분류에서도 심리학은빠지고 생물학 다음에 사회학으로 넘어갔다. 반면에 자연과학에서는 학문적 대상에 관해서나 또 사용하는 방법론에 관해서도 그 기반이확고하여 지식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것은 누구나 인정한다.

그러나 현대심리학은 Wundt의 의식 분석에서 과학적 심리학이 성립되었다고 하지만 행동주의 심리학이 대두하여 의식심리학을 전적으로 부인하는 경향으로 흐르는가 하면, 또 다시 인지심리학이 주장되어 자극과 반응의 연결을 중요시하는 행동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현대 심리학사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이런 학파들간의 심리학에 대한 정의적인 논쟁과 방법론적인 문제 그리고 연구대상에서는 많은 차이를 보여왔었다. 

이 같은 심리학 연구경향의 편력은 현대 심리학이 아직 학문적 기반이 확립되지 못하고 유행에 따라 방황하고 있는 학문이 아니냐는 의심마저 갖게 한다. 이같이 심리학의 연구대상이 갖는 특수성에도 기인되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심리학에서 사용하는 방법론에도 그 원인이 일단 있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명체의 생명현상을 Seele라 불렀다. 그리하여 심리학은 Seele를 연구하는 학문이라 정의하였다. 이 정의에 의하면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곧 Seele의 존재를 의미하며 이렇게 존재적 근거가 있는 Seele를 연구한다는 것은 곧 Seele의 존재를 의미하며 이렇게 존재적 근거가 있는 Seele를 연구하는 학문인 심리학이 가능하다는 것은 생명체의 존재가 자명한 것과 마찬가지로 자명적이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러한 주장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이라는 학문이 성립되기까지에는 수 많은 세기의 사색을 거쳤고, 심지어 그 성립에 의심을 갖는 사상마저 있었다. 저연과학에서 물리현상을 파악하는 방법론을 발달시킨 것과 같이 방법론의 개발이 심리학에도 있었다면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심리학은 훨씬 이전에 독립된 학문으로 지위를 확보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생명현상이란 무엇이란 말이냐!

많은 사색가들이 이 물음에 해답을 내어놓으려고 노력하였지만 생명현상을 물리현상으로 설명하려는 범위를 넘어설 수 없었다. 따라서 심리학의 타당한 학문적 기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방법론에 관한 전반적인 검토의 맥락 속에서 이 학문의 특수성을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환경 속에 잇는 물리현상들 뿐만 아니라 생명현상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생명현상은 비단 인간이나 동물 뿐만 아니라 식물에도 있다. 잎이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등의 사실들과 인간에서는 말을 하고 꿈을 꾸며 생각을 한다. 이런 모든 현상들을 우리는 알고 있으며 그것들이 생명체에서만 나타나고 무기적인 물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에서 생명현상들이라 생각된다. 물론 이들 현상이 생명체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라는 이유만으로 생명현상이라 전적으로 규정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과 비판이 나올 수 있다. 그리하여 생명체에서 관찰될 수 있는 현상들
의 많은 부분이 물리현상으로 설명이되고 따라서 Seele란 개념의 내포속에 포함되었던 현상들 중 많은 것들이 생명현상의 개념에서 제외되었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색 속에서는 위에 언급된 생명체의 모든 현상들이 Seele에 포함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우리는 생명현상 중에서 물리현상으로 설명되는 부분을 제거한다 하더라도 아직도 Seele에 속한다고 생각되는 많은 현상을 알고 있다. 즉, 이런 현상 들에 관한 지식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경험적으로 얻은 지식을 Wissen이라고 하며 인간이 지식을 얻는 것은 지성의 문제이며 그 중 진리적인 지식을 갖게 하는 것이 이성작용이라 한다.  지성이 경험을 통하여 얻는 지식이 경험적 지식으로서 Wissen이다. 
하지만, 경험적 지식의 타당성을 입증할 기준이 없다. 따라서 그 타당성의 근거를 찾지 않는 한 경험적 지식은 인간의 뇌가 자의적으로 만들어 낸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지성이 초월적인 차원에서 작용하는 것을 사고라 한다. 사고가 경험을 초월했다는 의미에서 이때의 지성의 작용을 순수하다고 한다. 즉, 순수이성의 작용이다. 순수과학은 수학과 인식과정에서 각각 다른 사고를 진행시킨다. 수학은 스스로 개념을 구성하여 사고하는 영역인데 반해 인식적 사고에서는 개념을 스스로 구성하지않고 경험적 지식이 제공하는 전제에서 판단과 추론을 한다. 그러나 이 두 초월적인 순수이성은 결과적으로 경험을 초월한 보편타당한 지식의 체계를 제공한다. 이런 지식 체계를 Wissenschaft라 한다. 지식체계가 형성되면 거기서 정립된 명제는 진리적인 원리가 되고 동시에 경험적 지식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시금석이 되는것이다.

이 같이 하나의 학문이 형성되기 위해 필요한 전제조건들을 생각해 볼때 아리스토텔레스가 심리학을 Seele를 연구하는 학문으로 타당하게 정의했고 또 우리가 Seele에 관한 현상들에 대하여 많은 경험적 지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심리학이 독립된 학문 분야를 정리할 수 없었던 이유를 짐작 할 만 하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Seele에 관하여 우리가 갖는 경험적 지식은 심리학의 학문적 체계를 형성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Seele에 관한 학문체계를 형성하는 데 타당하게 사용될 수 있는 방법론의 문제가 대두되게 되는것이다.



[실험심리 연구법 총론 : 가설설정, 설계, 실험 및 분석]
정양은, 이정모, 김경린, 김정오, 차재호, 이만영, 김현택 (공저).